메 밀
한봉석
춥고 배고프던 시절
메밀가루를 짓이겨 범벅을 해주면
배고픔을 달래었던 추억이 가득.....
추운 겨울날에 화롯불에 옹기 종기
모인 형제들 알콩 달콩 다투며
서로 먼저 먹으려 수저를 들었던 그 시절
이제는 그맛을 찾을 수가 없다.
우리 어머님 고랫돌 돌리는 소리 ....
멎은지 이미 오래고 기계소리도 멈추었다.
추억을 찾아서 시장으로 가면
메밀가루는 있으되 삶은 없다.
하얗게 소복이 피어서 수줍은 소녀처럼
살포시 미소 짓는 너를 보고 있노라면
다시금 시계바늘이 거꾸로 간다.
메밀 속에는 무우도 들어 있고
때로는 맛있는 고구마가 숨박꼭질 한다.
이제는 숨박꼭질 할 고구마도 숨을 곳이 없다.
무우는 들판에서 일광욕으로 하루를 보낸다.
땀흘려 가꾸어 놓은 농심은 하늘도 외면 하였던가?
한 모금의 담배 연기가 뭉게구름 벗을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