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빛
한봉석
영등할머니 오셨다가 가신다.
딸과 함께 오니 두 모녀 무슨 얘기로 꽃을 피웠을까?
영등 할머니 오시면 바닷가는 보말이랑 구쟁기도 없단다.
먼길 오시느라 시장 하셔서 다 잡수었네
놀부가 제아무리 미워도 오장육보에 심술보가 하나 더 있어서 오장 칠보라 하네
영등할머니 심기 건드리면 제주는 비바람에 춤을 추어야 한다.
바람은 이리 저리 휘몰아치고 비는 오락 가락 한다.
아주 먼 옛날 부터 탐라를 어여삐 여겨 온갖 종자를 갖고 와서 뿌려 주고 간다.
구쟁기랑 보말은 오동통 살이 오를 일만 남았다.
달빛마저 영등할머니가 가시는 걸 못내 아쉬워 비양도에서 턱을 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