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한봉석
봄은 여인에게서 느껴진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여인의 손에는 호미가 쥐어진다.
따스한 햇살에 얼굴을 내미니
어여쁜 소녀가 머리채를 잡아 당긴다.
오늘 점심 메뉴는 봄나물
냉이 캐서 쪼물락 거리고
별꽃은 캐어서 소금물에 벗 삼고
쑥은 밀가루 옷을 입고 너털 웃음 짓는다.
제비꽃 가녀린 얼굴로 햇살을 받지만
봄을 기다린 여인의 손에 채인다.
어릿광대처럼 너울 너울 춤추는 광대나물
철을 잃어버린 민들레가 햇살을 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