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와 양초
한봉석
눈을 뜨면 너를 만난다.
달밤에 체조를 하였는지
속은 불가마처럼 시커멓게 타버렸다.
아니!~
지난 달밤에 목이 메어
이 내몸은 향을 내 뱉었지.
너의 몸에서 흐르는 윤기는
내몸이 아닌 너의 몸이기에
타버린 잿물로 덧칠을 한다.
양초는 제몸을 태워 없애면서
어둠의 잔치를 여는데
비누 넌
온몸으로 세상을 덮으려 하는구나.
까맣게 타버린 잿더미에서
연기가 내 몸을 휘두를 때에
양초는 어둠의 여는 동안에
저멀리 향긋한 비누의 향이
어둠의 잔치 마당에 널어 놓는다.
애월읍 구엄리에서 본 10월28일 일출 광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