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의 선택
11월 마지막 일요일. 오랜만에 친구들과 오름을 오르기로 하여 한참을 오르는데 남산제비꽃과 왜제비꽃이 피어 있는걸 보았다.
제비꽃을 보면 우리 조상님들은 한이 맺은 얘기로 날밤을 샐 것이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봄이 오면 제비꽃이 피고 북쪽 오랑캐가 쳐들어 왔기에 제비꽃을 오랑캐꽃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제비꽃을 달리 부르는데 자세히 보면 꿀주머니가 길게 나와 있다. 꽃을 따서 서로 상대의 꽃에 걸고 씨름을 하듯이 꽃 싸움을 하는데 모양이 꼭 말(馬)이 싸우는 모습 같다고 해서 ᄆᆞᆯ싸움고장이라 부른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없어도 자연과 함께하는 놀이가 많았다.
제비꽃은 전 세계적으로 250여종 자라며 우리나라에는 70여종이 자생하고 있다.
우리학교 화단에 팬지가 심어져 있는데 팬지의 원래 조상은 삼색제비꽃으로 육종학자의 열정과 정성으로 예쁜 꽃으로 새 단장을 하여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지만 들판의 제비꽃은 오늘도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것이다.
제비꽃의 속을 살짝만 엿볼까요?
꽃이 피면 벌과 나비 등 곤충이 찾아와서 꿀을 얻어 가는 대신에 꽃가루받이를 해주어야 하는데 얌체 같은 곤충이 있어서 꿀만 훔쳐 먹고 가버리는 야속한 곤충을 골라내려고 나름 전략을 세운 것이 꿀주머니를 길게 하는 것이다.
꽃 속에는 암술과 막을 이용하여 꽃가루를 받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 있다가 꿀벌이 찾아와 꿀을 먹기 위해서 머리를 꽃 안으로 들이 밀면 암술부분이 벌어지면서 그릇에 틈이 생겨 꽃가루가 꿀벌 머리위에서 떨어져 내려 수정이 이루어지면서 종자를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날씨가 좋지 않은 늦은 가을이나 겨울에 꽃을 피우면 수정을 시켜 줄 곤충도 오지 않는다. 그러면 꽃은 스스로 문을 닫아 버리고 자가 수정을 선택하여 자신의 꽃가루로 수정을 하게 되는데 이것을 식물학에서는 폐쇄화라고 부른다. 예전에 탐사를 하다가 쉬는 시간에 현장에서 난상토론을 벌인 적이 있는데, 주제는 곤충이 파업을 하면 지구상의 식물들은 어떻게 살지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폐쇄화를 생각도 못하고 각기 주장만을 내세우다 끝나고 말았는데, 모든 식물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제비꽃은 수정이 되면 씨앗을 멀리 보내는 방법 또한 특이 하다. 씨앗에는 엘라이오솜(elaiosome)이라는 물질이 붙어 있는데 우리가 즐겨 먹는 사탕 젤리 같은 것으로 이것을 개미가 무척 좋아 하여 자기 집으로 갖고 가는데, 먹이로 엘라이오솜을 먹고 나면 씨앗은 쓰레기로 집밖으로 내다 버리고 제비꽃은 종자를 쉽게 파종 하게 되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람이 행복지수도 높다고 하는데 제비꽃도 지구상의 25만 여종의 생물종의 하나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 낸 것이다.
옛이야기에 농부는 죽어서 씨앗망태를 베고 죽고, 집에 키우는 화초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하는 말이 있다.
현대 과학으로 장미꽃 두 그루를 가지고 실험을 하여 보았는데 한 쪽은 매일 칭찬을 하였는데 꽃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반겨 주었고, 한 쪽은 매일 야단만 쳤는데 꽃은 발자국 소리, 목소리만 들어도 움츠려 든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서 입증하였다. 비록 언어로 표현은 아니 되어도 꽃은 몸으로 의사전달을 하며 향기로 옆에 있는 동료와 소통을 하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만 춤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춤추게 하는 것이다.
추운 날에 꽃을 피워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팬지를 보며 한 마디의 칭찬은 추운 겨울 이겨 내는 보약과 같은 존재이다.